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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인의 '감자', 욕망과 타락의 그늘

by knarchive 2024.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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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인의 '감자' 속으로 들어가 보자

김동인의 단편 소설 '감자'는 1925년 잡지 '조선문단'에 발표된 작품으로, 일제강점기라는 어둡고 암울했던 시대적 배경 속에서 가난 때문에 끊임없이 몰락하는 한 여인의 비극적인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 소설은 단순히 한 여인의 타락을 그린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욕망, 그리고 그 욕망이 불러오는 파괴적인 결과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당시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가난 속에서 피어난 욕망, 복녀의 삶

소설의 주인공 '복녀'는 처음부터 타락한 인물이 아니었다. 가난하지만 순박한 농촌 처녀였던 그녀는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도시로 와서 하층민인 막일꾼 '왕서방'과 결혼한다. 하지만 도시의 삶은 고달프기만 했고, 남편의 게으름과 폭력 속에서 복녀의 삶은 점점 피폐해진다. 특히 '감자'는 복녀의 삶의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처음에는 감자를 훔쳐 먹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던 복녀가 나중에는 거리낌 없이 훔치고, 심지어 몸까지 팔게 되는 과정은 가난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타락의 길로 들어서는 복녀, 그리고 파멸

생존을 위해 시작된 도둑질은 점차 습관이 되고, 복녀는 자신을 탐하는 일본 순사에게 돈을 받고 몸을 팔게 된다. 이러한 행위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을 넘어, 복녀에게 일종의 쾌락과 권력을 느끼게 해주는 수단이 된다. 가난하고 무력한 존재에서 벗어나 순간이나마 욕망을 채워주는 존재로 변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쾌락은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 복녀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그녀의 죽음은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욕망에 휩쓸린 인간의 나약함과 그 끝에 기다리는 파멸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감자'가 던지는 메시지, 우리를 향한 질문

'감자'는 단순히 한 여인의 비극적인 삶을 그린 소설이 아니다. 김동인은 복녀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의 본성, 욕망, 그리고 사회의 부조리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탐구하고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은 개인의 삶을 짓누르는 억압적인 현실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복녀가 겪는 가난과 폭력은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식민지라는 시대적 상황과 불평등한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감자'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

'감자'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복녀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또한 우리 사회는 개인의 존엄성을 지켜주고, 욕망에 휩쓸리지 않도록 안전망을 제공하고 있는가? '감자'는 우리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작품이다. 소설 속 복녀의 모습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반추하게 만드는 거울과 같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감자'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적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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