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강을 건너는 욕망, 김성중의 '국경시장'**
김성중 작가의 소설 '국경시장'은 제목부터 우리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합니다. 국경이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긴장감과 통제,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은밀한 거래. 소설 '국경시장'은 이러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분단된 한반도라는 특수한 상황과 맞물려 독특한 상상력을 펼쳐냅니다.
**매혹적인 환상과 냉혹한 현실의 경계**
'국경시장'은 현실 세계와 기묘하게 겹쳐진 환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합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오전 두 시에서 네 시까지, 단 두 시간만 열리는 이 기이한 시장은 남과 북, 두 개의 세계를 이어주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한 장터가 아닙니다.
소설 속 '국경시장'은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사라진 '유령 도시'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 협정이 체결되면서 한반도는 휴전 상태에 돌입했지만, 남과 북은 여전히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유령 도시'는 전쟁의 상흔과 분단의 아픔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공간이 됩니다.
**욕망의 민낯, 그 거래의 대가**
'국경시장'에는 남과 북 사람들이 모여들지만,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오직 물물교환만을 합니다. 이 은밀한 거래에서 그들은 잃어버린 가족, 연인, 친구에 대한 그리움, 또는 돈, 권력, 성공과 같은 세속적인 욕망을 채우려 합니다.
예를 들어, 소설 속 주인공 '나'는 북쪽에 두고 온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국경시장'을 찾습니다. 그는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북쪽의 담배 '금매화'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기억을 담보로 위험한 거래에 응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국경시장'은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이 거래되는 곳이지만, 동시에 그 욕망을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분단이 낳은 그림자, 그리고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
소설 '국경시장'은 단순히 분단된 현실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작가는 '국경시장'이라는 환상적인 장치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그 이면에 드러나는 상실, 그리움, 죄의식 등 다층적인 감정들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특히, '국경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는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고독과 소통에 대한 갈망을 보여줍니다.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은 '국경시장'이라는 공간에서만큼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소통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그들의 만남은 일시적이고 피상적일 뿐입니다.
**우리 안의 '국경시장'을 마주하다**
'국경시장'은 분단이라는 한국 사회의 특수한 상황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보편적입니다. 우리 모두는 마음속에 저마다의 '국경시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곳은 우리가 숨기고 싶은 욕망, 혹은 차마 드러낼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이 자리한 공간일지도 모릅니다.
김성중의 '국경시장'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우리는 우리 안의 '국경'을 넘어 진정한 소통과 화해를 이룰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까요? 소설 '국경시장'은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분단의 현실과 인간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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