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이 고인다: 김애란 문학의 한 조각
김애란 작가의 단편소설 '침이 고인다'는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마치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다운 문장과 감각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이 소설은, 동시에 현대 사회의 어둡고 불안한 단면을 날카롭게 드러내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감각, 그 공허함에 대하여
소설은 주인공 '나'가 겪는 기묘한 증상에서 시작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된 '나'는 음식을 먹어도 아무런 맛을 느낄 수 없게 되고, 이로 인해 삶의 활력과 즐거움을 잃어버립니다. 단순히 미각의 상실을 넘어, 삶의 의미와 목적까지 잃어버린 듯한 '나'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묘한 불안감을 안겨줍니다.
현대 사회의 소외와 단절을 그려내다
'침이 고인다'는 단순한 미각 상실 이야기가 아닙니다. 주인공 '나'를 둘러싼 현실은 삭막하고 차갑기만 합니다. 가족과의 관계는 소원하고, 사회생활에서도 만족을 찾지 못하는 '나'의 모습은 현대 사회의 소외와 단절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특히 '나'가 일하는 텔레마케터라는 직업은 익명의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거절당하는, 현대인의 고독한 단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침, 그리고 욕망의 메타포
흥미로운 점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침'이라는 소재가 시종일관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나'는 맛을 느끼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이 맛있게 음식을 먹는 모습, 음식 광고를 보며 끊임없이 침을 삼킵니다. 이러한 '침'은 단순한 생리적 현상을 넘어, '나'의 억눌린 욕망과 본능, 그리고 타인과의 단절된 소통에 대한 갈증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진정한 소통이란?
'침이 고인다'는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나'는 왜 미각을 잃게 되었을까? '침'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결국 작가는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소통 부재와 인간 소외 문제에 대한 깊은 고찰을 요구합니다. '나'의 공허한 눈빛은 독자들에게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지, '관계'의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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