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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수의 '설계자', 삶과 죽음의 경계

by knarchive 2024.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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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김언수의 '설계자'

김언수 작가의 장편소설 '설계자'는 숨 막히는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외피 속에 삶과 죽음의 본질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주인공 '한기준'은 과거의 기억을 잃은 채 의문의 공간에 갇혀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그는 오직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살인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설계자'로서의 삶을 살아갑니다. 이 기묘한 설정은 독자들에게 삶과 죽음의 경계는 무엇이며, 인간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자문하게 만듭니다.

기억의 미로, 그 속에서 길을 잃다

소설은 기억을 잃은 채 낯선 공간에서 깨어난 한기준의 시점에서 전개됩니다. 그는 오직 '의뢰인'이라고 불리는 존재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며, 그 대가로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을 제공받습니다. 한기준에게 주어진 유일한 정보는 그가 '설계자'로서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는 사실뿐입니다. 자신의 과거도, 의뢰인의 정체도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한기준은 극심한 불안감과 혼란에 휩싸입니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기억이 인간의 정체성 형성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기억 없이는 우리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살인 설계, 그것은 예술인가, 죄악인가?

한기준은 단순한 살인자가 아닌, 치밀한 계획을 통해 완벽한 살인을 설계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는 의뢰인으로부터 타깃에 대한 정보를 받으면 그들의 삶을 면밀히 분석하고 예측하여 그들이 죽음에 이르도록 함정을 설계합니다. 한기준에게 살인은 단순한 업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는 감정의 동요 없이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살인을 설계하며, 때로는 그 과정에서 예술적 아름다움마저 느낍니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과연 인간이 타인의 생사를 결정할 권한을 가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행위를 예술로 정당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윤리적 딜레마를 제시합니다.

진실을 향한 갈망, 그리고 마주한 현실

소설이 전개될수록 한기준은 점차 자신이 설계한 살인들 뒤에 숨겨진 진실에 다가가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죄와 그로 인해 파괴된 삶들의 무게에 짓눌리기 시작합니다. 한기준은 과거의 기억을 되찾고 자신의 죄를 속죄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거짓이었음을 깨닫게 되고, 더욱더 깊은 혼란과 절망에 빠져듭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설계자'는 단순한 스릴러 소설을 넘어 삶과 죽음, 기억과 정체성, 죄와 구원이라는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작품입니다. 소설은 극한의 상황에 처한 한 인간의 내면을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독자 스스로 답을 찾도록 유도합니다. '설계자'는 단순히 읽고 끝나는 소설이 아닌, 독자 스스로의 삶과 죽음에 대한 가치관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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